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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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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소비자는 가성비와 정서적 사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밸런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스몰 인덜전스 트렌드 속에서 디저트·향수·가챠샵이 소비 욕구의 새로운 출구가 되고 있다.

2026년 소비자는 가성비와 정서적 사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밸런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스몰 인덜전스 트렌드 속에서 디저트·향수·가챠샵이 소비 욕구의 새로운 출구가 되고 있다.

2026년 소비자는 가성비와 정서적 사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밸런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스몰 인덜전스 트렌드 속에서 디저트·향수·가챠샵이 소비 욕구의 새로운 출구가 되고 있다.

Article Highlights

  • 양가적 소비(Ambivalent)의 일상화: 불황 속에서도 소비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저가 커피로 아낀 비용을 고가 디저트나 향수에 투자하는 '처절한 절약과 확실한 사치'의 공존 행태가 뚜렷해졌다.

  • 손안의 작은 유희,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 거대 자산 축적이 불투명해진 시대에 소비자들은 가챠샵, 커스텀 문구, 소용량 향수 등 즉각적인 성취감과 정서적 위로를 주는 '작은 단위의 소비'에 몰입하고 있다.

  •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한 전략적 신중함: 구매 실패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소용량 제품과 테스트 매장을 활용하는 '검증 비용' 지불이 늘었으며, 이는 다이소 뷰티와 같은 고효율 채널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국내 소비 시장이 장기적인 고물가와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지출의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소비자들은 거시적인 자산 가치 상승이 불투명해지자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소액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 싼 것을 찾는 절약을 넘어, 적은 예산 안에서 브랜드 경험과 심리적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불황이 소비 총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소비를 향한 욕구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 더 작은 단위로 파편화되어 분출될 뿐이다. 본 글에서는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포착되는 핵심 현상들을 통해, 형태를 바꾸어 분출되고 있는 변화된 소비 심리를 심층 분석한다.

2026 커피 시장의 양극화

카페인 수혈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시장은 이제 단순한 가성비 선택지를 넘어 국민 일상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저가 브랜드가 열악한 입지와 품질을 가격으로 상쇄했다면, 현재는 대형 모델 기용과 공격적인 브랜딩을 통해 '싸기 때문에 먹는 커피'가 아닌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이러한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의 과포화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며 K-가성비 모델의 이식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식 박리다매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확장되는 유의미한 사례다.

단일 건물 전면에만 저가 커피 브랜드 4개가 밀집. 종각역 오피스 상권의 치열한 '카페인 수혈' 경쟁과 저가 커피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상징.
CBD 지역 메가커피 매장 분포 현황 (출처: 메가커피 홈페이지)
2021년 대비 2026년 브랜드 평판지수 비교 시,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지표상으로 명확히 나타난다.

경험 몰입용

저가 커피가 '카페인 수혈'이라는 생존형 효율 소비를 책임진다면, 에스프레소바는 적은 비용(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으로 미각적 경험을 누리는 '현명한 사치'를 담당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가 제공하는 빠른 속도를 취하면서도, 잠시 짬을 내어 에스프레소바에서 스탠딩으로 즐기는 밀도 높은 휴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밸런트(Ambivalent) 소비 행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 카페 수가 10만 개를 돌파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일반적인 중저가 개인 카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에스프레소바는 '확실한 전문성'을 무기로 니치 마켓을 공고히 다지며 생존하고 있다.

종각역 인근 에스프레소 바는 점심시간 오피스 인파의 '회전율'과 '경험'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짧은 점심시간 내에 찰나의 여유를 즐기려는 직장인들로 활기를 띠며, 이는 스탠딩 중심의 에스프레소 바가 고회전율 오피스 상권에 최적화된 모델임을 증명한다.


저가로 누리는 고가의 감성

니치 향수의 대중화와 스몰 럭셔리로 변용된 현대적 립스틱 효과

최근 북촌과 성수동 일대를 점령한 국내 도매스틱 코스메틱 브랜드(논픽션, 탬버린즈, 그랑핸드 등)의 성행은 향기라는 니치한 카테고리가 어떻게 대중적 소비로 전환되었는지 보여준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 니치 향수 대신, 5만 원 내외의 핸드크림이나 룸 스프레이를 구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가의 브랜드가 제안하는 감성과 정체성을 소유한다. 이는 불황기에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립스틱 효과가 현대적으로 변용된 형태이며, 향이 개인의 정서적 사치품으로서 강력한 지위를 점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올리브영이나 향 관련 전문 매장에서 10만 원 미만의 지출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북촌이나 성수동 같이 외국인 밀집도가 높은 주요 상권에 10만 원 내외의 접근 가능한 향 관련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포진해 있는 것(street: 같은 북촌, 다른 전략 참고)은, 글로벌 소비자들 역시 심리적 저항선이 낮은 스몰 럭셔리 경험에 집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성수 탬버린즈. 탬버린즈는 향기라는 니치한 카테고리를 대중적 소비 영역으로 확장시킨 독보적인 도매스틱 브랜드다. 특히 '실험적 공간'이라는 장치를 통해 브랜드의 서사를 시각화하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공감각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샤넬은 못사도 ‘두쫀쿠’ 정도는 사먹을 수 있지

초저가 소비 속 심리적 마지노선을 공략한 고단가 디저트

초저가 소비 트렌드 속에서도 개당 7,000~8,000원에 육박했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은 주목할 만한 예외적 현상이다. 밥값에 준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입 명품이나 고가 가전처럼 도달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 '심리적 마지노선 안에서 허용되는 가장 비싼 사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다. 소비자들은 저가 커피로 아낀 비용을 이 한 개의 프리미엄 디저트에 투입하며 극단적인 소비의 양극화를 스스로 실천한다. 리테일 관점에서 이는 고가 전략이라 할지라도 '일상의 작은 위로'라는 명분이 확실하다면 충분한 지불 용의가 있음을 증명한다.

연초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국내 주요 F&B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두쫀쿠를 가미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 열차에 탑승했다.종각역 인근 한 카페의 경우 두쫀쿠 도입 전후 매출이 3배 가까이 오르는 사례가 나타나자,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F&B 대기업들조차 이 확실한 수익 모델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빠르게 번진 유행인 만큼 열기도 빨리 식어가긴 했으나 이 두쫀쿠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일종의 '사회적 화폐'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두쫀쿠는 서로를 챙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의의 징표가 되었다. 사이즈는 작지만 가격은 결코 소소하지 않은, 그러나 심리적 마지노선 안에서 허용되는 이 접근 가능한 럭셔리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립스틱이 수행하던 정서적 사치품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했었다.

2월 초까지 8,000원 선을 유지하던 '두쫀쿠'들이 가격 하향 조정을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오픈런 현상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디저트 카테고리의 유행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희소성' 기반의 과시적 소비가 감퇴하고, 상권 내 수요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공격적인 메뉴 출시와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었으나, 시장 포화로 인해 소비자의 관심도는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출처: 브랜드 홈페이지)


작고 소중해: 거대한 자아실현 대신 손안의 유희

커스텀 경험을 통한 몰입과 성취 중심의 체험형 리테일 트렌드

동대문 시장에서 관찰되는 '볼꾸(볼펜 꾸미기)' 열풍은 소비의 초점이 거대한 자아실현에서 손안의 작은 유희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볼펜 한 자루를 자신의 취향대로 조립하고 꾸미는 과정은 저단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몰입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특히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특유의 아기자기한 문구 문화와 결합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소구되고 있다. 이는 리테일 환경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결과물에 관여하는 커스텀 경험이 저가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NS 바이럴을 타고 급성장한 '볼꾸(볼체인 꾸미기)' 열풍으로 동대문 부자재 시장이 내외국인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출처: 동대문 부자재 상가 사진 참고 AI 재생성). 이러한 DIY 트렌드는 일반 리테일 샵으로도 확장되어,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선택해 제작하는 '커스텀 키링' 서비스가 핵심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저관여 소품 시장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파민 자판기

최근 성수동 연무장길과 주요 역세권 상권에서 목격되는 가장 이질적인 풍경은 럭셔리 팝업스토어 바로 옆을 당당히 차지한 무인 가챠샵(캡슐 토이 전문점)과 인형뽑기의 범람이다. 과거 지하상가 구석에 자리 잡았던 뽑기 기계들은 이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리테일 요충지로 올라왔다. 이는 2026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인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소액으로 즉각적인 보상과 '뽑기'라는 찰나의 도파민을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거시적인 자산 축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범위 내의 작은 불확실성을 즐기며 원하는 캐릭터를 손에 넣었을 때 '가장 저렴한 승리'를 맛본다. 리테일 관점에서 가챠샵은 인건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평당 매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효율 모델이며, 동시에 목적형 방문객을 유도하는 강력한 앵커 테넌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가챠샵의 호황은 저성장 시대의 결핍된 성취감을 채워주는 리테일의 영리한 대응이자, 소비자들이 선택한 가장 합리적인 유희의 공간인 셈이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등장한 반다이 공식 가챠샵처럼, 대형 자본이 운영하는 기업형 몰의 등장은 이 현상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견고한 리테일 카테고리로 격상되었음을 증명한다.


내 돈은 소중하니까. 실패는 안 하실게요.

구매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검증 비용 지불과 초소형·소용량 소비 패턴

올리브영의 올리브베러와 같은 테스트 중심 매장의 등장은 소비자가 구매 실패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소비 여력이 줄어들수록 구매 실패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이 커지기 때문에 검증 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한입 크기의 올리브유, 소용량 인센스 스틱 등 5,000원 이하의 초소형 제품은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 장벽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와,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지갑을 열지 않는 신중한 소비 패턴이 결합된 결과다.

최근 오픈한 올리브베러 광화문점은 '고밀도 영양'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MD 구성이 돋보인다. 소포장 에너지바, 싱글 도즈(Single-dose) 올리브유, 영양제 등 바쁜 직장인들이 업무 중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군을 큐레이션했다.


가격표가 오타인 줄 알았는데, 품질은 정타였다

거품 뺀 진짜 본품의 힘, 다이소가 코스메틱 성지가 된 합리적 이유

현재 다이소는 단순한 저가 생활용품점을 넘어, 뷰티 업계의 강력한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특히 코스메틱 매대는 MZ세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이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해 가장 먼저 찾는 성지가 되었다. 다이소 화장품의 핵심은 모든 제품이 5,000원 이하라는 압도적인 가격 접근성이다. 과거 '저가형'이라는 편견을 깨고, VT코스메틱(리들샷), 에이솔루션, 최근에는 정샘물 등 검증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품질을 상향 평준화했다. 이처럼 다이소의 성공은 '가성비'를 넘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가시비' 전략이 적중했음을 의미한다. 올리브베러가 프리미엄과 경험 중심의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를 타겟팅한다면, 다이소는 초저가를 바탕으로한 가성비를 무기로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결과적으로 다이소는 아예 본품 자체를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자가 고민할 시간조차 줄여버린 것이다.


다이소 종합운동장역점의 색조 카테고리는 평일 오후 재고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회전율을 보인다. '다이소 뷰티'가 가성비를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 시간대는 유동 인구 유입 전 재고가 보충되는 골든타임인지 제품 라인업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이다.


골프 인증샷, 다 찍었는데…

고비용 과시형 레저의 쇠퇴와 실용적·고효율 운동인 러닝으로의 수요 전이

코로나19 시기 폭발했던 골프 열풍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앞에 빠르게 식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용품 수입량은 2019년 7,904톤에서 2022년 12,889톤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3년 들어 전년 대비 3.71% 줄어들며 하락 전환되었다. 특히 지난해 1~8월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49% 급감한 7,641톤에 그쳐,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골프 시장이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높은 필드 비용과 장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MZ세대와 직장인들이 골프장을 떠나고 있고 실제로 골프 예약 플랫폼의 이용률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이며, 중고 골프채 매물이 쏟아지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골프와 필라테스가 ‘인증샷’, '보여주기 위한 고비용 레저'였다면, 러닝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가능한 '초저비용 고효율' 운동으로 전문 골프 의류와 장비나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 이에따라 접근성이 좋은 러닝을 택해 트랙을 뛰는 인구가 늘면서, 러닝 열풍의 수혜를 입은 아식스는 2025년 8월 연간 매출 전망치를 8,000억 엔으로 상향했다. 러닝 붐이 단순한 국내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수요 변화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오니츠카 타이거가 전문 러닝화의 기능적 디자인을 차용한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트렌드에 가세했다. 이는 전문 러닝의 대중화가 패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나타난 '러닝코어(Running-core)' 트렌드의 결과물이다. 퍼포먼스 슈즈의 기술적 요소를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치환함으로써,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관여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Insight: You only need One.

처절한 절약과 확실한 사치가 공존하는 양가적 소비 시대의 생존 전략

경제 상황이 팍팍해졌다고 해서 우리의 욕구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다만 그 분출구가 달라졌을 뿐. 수입차나 명품 가방처럼 덩치 큰 소비로 자아를 증명하던 시대는 잠시 저물고, 이제는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것들에서 확실한 효용을 찾는 시대가 왔다.

점심에는 가성비 커피로 카페인을 수혈하면서도, 퇴근길에는 내 취향을 담은 볼펜 한 자루나 8,000원짜리 쿠키 하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보다는 내가 직접 느끼는 '감각'과 '성취'가 더 중요해졌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소용량 샘플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싼 골프장 대신 운동화 끈을 묶고 집 앞 고수부지를 달리는 모습은 궁핍함이 아니라 아주 영리하고 전략적인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의 리테일 시장은 '양가적 소비(Ambivalent)'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다. 아낄 때는 처절하게, 쓸 때는 확실하게. 소비의 단위는 작아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개인의 취향은 그 어느 때보다 밀도가 높다. 대단한 브랜드 로고가 없어도, 작지만 확실한 위로를 줄 수 있는 '한 끗'의 디테일을 가진 브랜드만이 이 쪼개진 소비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소비 시장이 장기적인 고물가와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지출의 구조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소비자들은 거시적인 자산 가치 상승이 불투명해지자 현재의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소액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가격이 싼 것을 찾는 절약을 넘어, 적은 예산 안에서 브랜드 경험과 심리적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불황이 소비 총량을 줄일 수는 있어도, 소비를 향한 욕구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 더 작은 단위로 파편화되어 분출될 뿐이다. 본 글에서는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포착되는 핵심 현상들을 통해, 형태를 바꾸어 분출되고 있는 변화된 소비 심리를 심층 분석한다.

2026 커피 시장의 양극화

카페인 수혈용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매머드커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시장은 이제 단순한 가성비 선택지를 넘어 국민 일상의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저가 브랜드가 열악한 입지와 품질을 가격으로 상쇄했다면, 현재는 대형 모델 기용과 공격적인 브랜딩을 통해 '싸기 때문에 먹는 커피'가 아닌 '합리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이러한 브랜드들은 국내 시장의 과포화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며 K-가성비 모델의 이식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식 박리다매 비즈니스 모델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확장되는 유의미한 사례다.

단일 건물 전면에만 저가 커피 브랜드 4개가 밀집. 종각역 오피스 상권의 치열한 '카페인 수혈' 경쟁과 저가 커피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상징.
CBD 지역 메가커피 매장 분포 현황 (출처: 메가커피 홈페이지)
2021년 대비 2026년 브랜드 평판지수 비교 시,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세가 지표상으로 명확히 나타난다.

경험 몰입용

저가 커피가 '카페인 수혈'이라는 생존형 효율 소비를 책임진다면, 에스프레소바는 적은 비용(에스프레소 한 잔 가격)으로 미각적 경험을 누리는 '현명한 사치'를 담당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메가커피나 컴포즈커피가 제공하는 빠른 속도를 취하면서도, 잠시 짬을 내어 에스프레소바에서 스탠딩으로 즐기는 밀도 높은 휴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밸런트(Ambivalent) 소비 행태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국 카페 수가 10만 개를 돌파하며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일반적인 중저가 개인 카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에스프레소바는 '확실한 전문성'을 무기로 니치 마켓을 공고히 다지며 생존하고 있다.

종각역 인근 에스프레소 바는 점심시간 오피스 인파의 '회전율'과 '경험'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짧은 점심시간 내에 찰나의 여유를 즐기려는 직장인들로 활기를 띠며, 이는 스탠딩 중심의 에스프레소 바가 고회전율 오피스 상권에 최적화된 모델임을 증명한다.


저가로 누리는 고가의 감성

니치 향수의 대중화와 스몰 럭셔리로 변용된 현대적 립스틱 효과

최근 북촌과 성수동 일대를 점령한 국내 도매스틱 코스메틱 브랜드(논픽션, 탬버린즈, 그랑핸드 등)의 성행은 향기라는 니치한 카테고리가 어떻게 대중적 소비로 전환되었는지 보여준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 니치 향수 대신, 5만 원 내외의 핸드크림이나 룸 스프레이를 구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가의 브랜드가 제안하는 감성과 정체성을 소유한다. 이는 불황기에 립스틱 판매가 늘어난다는 립스틱 효과가 현대적으로 변용된 형태이며, 향이 개인의 정서적 사치품으로서 강력한 지위를 점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올리브영이나 향 관련 전문 매장에서 10만 원 미만의 지출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북촌이나 성수동 같이 외국인 밀집도가 높은 주요 상권에 10만 원 내외의 접근 가능한 향 관련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포진해 있는 것(street: 같은 북촌, 다른 전략 참고)은, 글로벌 소비자들 역시 심리적 저항선이 낮은 스몰 럭셔리 경험에 집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성수 탬버린즈. 탬버린즈는 향기라는 니치한 카테고리를 대중적 소비 영역으로 확장시킨 독보적인 도매스틱 브랜드다. 특히 '실험적 공간'이라는 장치를 통해 브랜드의 서사를 시각화하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을 넘어 방문객들에게 공감각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샤넬은 못사도 ‘두쫀쿠’ 정도는 사먹을 수 있지

초저가 소비 속 심리적 마지노선을 공략한 고단가 디저트

초저가 소비 트렌드 속에서도 개당 7,000~8,000원에 육박했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은 주목할 만한 예외적 현상이다. 밥값에 준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입 명품이나 고가 가전처럼 도달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 '심리적 마지노선 안에서 허용되는 가장 비싼 사치'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바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다. 소비자들은 저가 커피로 아낀 비용을 이 한 개의 프리미엄 디저트에 투입하며 극단적인 소비의 양극화를 스스로 실천한다. 리테일 관점에서 이는 고가 전략이라 할지라도 '일상의 작은 위로'라는 명분이 확실하다면 충분한 지불 용의가 있음을 증명한다.

연초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 국내 주요 F&B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두쫀쿠를 가미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이 열차에 탑승했다.종각역 인근 한 카페의 경우 두쫀쿠 도입 전후 매출이 3배 가까이 오르는 사례가 나타나자, 자본력과 인프라를 갖춘 F&B 대기업들조차 이 확실한 수익 모델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빠르게 번진 유행인 만큼 열기도 빨리 식어가긴 했으나 이 두쫀쿠는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일종의 '사회적 화폐'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두쫀쿠는 서로를 챙기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의의 징표가 되었다. 사이즈는 작지만 가격은 결코 소소하지 않은, 그러나 심리적 마지노선 안에서 허용되는 이 접근 가능한 럭셔리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립스틱이 수행하던 정서적 사치품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했었다.

2월 초까지 8,000원 선을 유지하던 '두쫀쿠'들이 가격 하향 조정을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오픈런 현상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이는 디저트 카테고리의 유행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희소성' 기반의 과시적 소비가 감퇴하고, 상권 내 수요가 새로운 카테고리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공격적인 메뉴 출시와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었으나, 시장 포화로 인해 소비자의 관심도는 점차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출처: 브랜드 홈페이지)


작고 소중해: 거대한 자아실현 대신 손안의 유희

커스텀 경험을 통한 몰입과 성취 중심의 체험형 리테일 트렌드

동대문 시장에서 관찰되는 '볼꾸(볼펜 꾸미기)' 열풍은 소비의 초점이 거대한 자아실현에서 손안의 작은 유희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볼펜 한 자루를 자신의 취향대로 조립하고 꾸미는 과정은 저단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몰입감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특히 이러한 트렌드는 한국 특유의 아기자기한 문구 문화와 결합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소구되고 있다. 이는 리테일 환경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직접 결과물에 관여하는 커스텀 경험이 저가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SNS 바이럴을 타고 급성장한 '볼꾸(볼체인 꾸미기)' 열풍으로 동대문 부자재 시장이 내외국인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출처: 동대문 부자재 상가 사진 참고 AI 재생성). 이러한 DIY 트렌드는 일반 리테일 샵으로도 확장되어,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선택해 제작하는 '커스텀 키링' 서비스가 핵심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는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저관여 소품 시장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파민 자판기

최근 성수동 연무장길과 주요 역세권 상권에서 목격되는 가장 이질적인 풍경은 럭셔리 팝업스토어 바로 옆을 당당히 차지한 무인 가챠샵(캡슐 토이 전문점)과 인형뽑기의 범람이다. 과거 지하상가 구석에 자리 잡았던 뽑기 기계들은 이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리테일 요충지로 올라왔다. 이는 2026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인 스몰 인덜전스(Small Indulgence)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현된 형태다.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소액으로 즉각적인 보상과 '뽑기'라는 찰나의 도파민을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거시적인 자산 축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범위 내의 작은 불확실성을 즐기며 원하는 캐릭터를 손에 넣었을 때 '가장 저렴한 승리'를 맛본다. 리테일 관점에서 가챠샵은 인건비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평당 매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효율 모델이며, 동시에 목적형 방문객을 유도하는 강력한 앵커 테넌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결국 가챠샵의 호황은 저성장 시대의 결핍된 성취감을 채워주는 리테일의 영리한 대응이자, 소비자들이 선택한 가장 합리적인 유희의 공간인 셈이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등장한 반다이 공식 가챠샵처럼, 대형 자본이 운영하는 기업형 몰의 등장은 이 현상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견고한 리테일 카테고리로 격상되었음을 증명한다.


내 돈은 소중하니까. 실패는 안 하실게요.

구매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검증 비용 지불과 초소형·소용량 소비 패턴

올리브영의 올리브베러와 같은 테스트 중심 매장의 등장은 소비자가 구매 실패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소비 여력이 줄어들수록 구매 실패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이 커지기 때문에 검증 비용을 따로 지불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한입 크기의 올리브유, 소용량 인센스 스틱 등 5,000원 이하의 초소형 제품은 소비자에게 낮은 가격 장벽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시도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와,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지갑을 열지 않는 신중한 소비 패턴이 결합된 결과다.

최근 오픈한 올리브베러 광화문점은 '고밀도 영양'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MD 구성이 돋보인다. 소포장 에너지바, 싱글 도즈(Single-dose) 올리브유, 영양제 등 바쁜 직장인들이 업무 중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군을 큐레이션했다.


가격표가 오타인 줄 알았는데, 품질은 정타였다

거품 뺀 진짜 본품의 힘, 다이소가 코스메틱 성지가 된 합리적 이유

현재 다이소는 단순한 저가 생활용품점을 넘어, 뷰티 업계의 강력한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특히 코스메틱 매대는 MZ세대를 포함한 전 연령층이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해 가장 먼저 찾는 성지가 되었다. 다이소 화장품의 핵심은 모든 제품이 5,000원 이하라는 압도적인 가격 접근성이다. 과거 '저가형'이라는 편견을 깨고, VT코스메틱(리들샷), 에이솔루션, 최근에는 정샘물 등 검증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품질을 상향 평준화했다. 이처럼 다이소의 성공은 '가성비'를 넘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극대화하는 '가시비' 전략이 적중했음을 의미한다. 올리브베러가 프리미엄과 경험 중심의 큐레이션을 강화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를 타겟팅한다면, 다이소는 초저가를 바탕으로한 가성비를 무기로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었다. 결과적으로 다이소는 아예 본품 자체를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소비자가 고민할 시간조차 줄여버린 것이다.


다이소 종합운동장역점의 색조 카테고리는 평일 오후 재고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의 압도적인 회전율을 보인다. '다이소 뷰티'가 가성비를 넘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 시간대는 유동 인구 유입 전 재고가 보충되는 골든타임인지 제품 라인업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시점이다.


골프 인증샷, 다 찍었는데…

고비용 과시형 레저의 쇠퇴와 실용적·고효율 운동인 러닝으로의 수요 전이

코로나19 시기 폭발했던 골프 열풍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앞에 빠르게 식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용품 수입량은 2019년 7,904톤에서 2022년 12,889톤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2023년 들어 전년 대비 3.71% 줄어들며 하락 전환되었다. 특히 지난해 1~8월 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49% 급감한 7,641톤에 그쳐,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골프 시장이 본격적인 수축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높은 필드 비용과 장비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MZ세대와 직장인들이 골프장을 떠나고 있고 실제로 골프 예약 플랫폼의 이용률은 정점을 찍고 하락세이며, 중고 골프채 매물이 쏟아지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골프와 필라테스가 ‘인증샷’, '보여주기 위한 고비용 레저'였다면, 러닝은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가능한 '초저비용 고효율' 운동으로 전문 골프 의류와 장비나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 이에따라 접근성이 좋은 러닝을 택해 트랙을 뛰는 인구가 늘면서, 러닝 열풍의 수혜를 입은 아식스는 2025년 8월 연간 매출 전망치를 8,000억 엔으로 상향했다. 러닝 붐이 단순한 국내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수요 변화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오니츠카 타이거가 전문 러닝화의 기능적 디자인을 차용한 라이프스타일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트렌드에 가세했다. 이는 전문 러닝의 대중화가 패션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나타난 '러닝코어(Running-core)' 트렌드의 결과물이다. 퍼포먼스 슈즈의 기술적 요소를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치환함으로써,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관여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Insight: You only need One.

처절한 절약과 확실한 사치가 공존하는 양가적 소비 시대의 생존 전략

경제 상황이 팍팍해졌다고 해서 우리의 욕구까지 메마른 건 아니다. 다만 그 분출구가 달라졌을 뿐. 수입차나 명품 가방처럼 덩치 큰 소비로 자아를 증명하던 시대는 잠시 저물고, 이제는 내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것들에서 확실한 효용을 찾는 시대가 왔다.

점심에는 가성비 커피로 카페인을 수혈하면서도, 퇴근길에는 내 취향을 담은 볼펜 한 자루나 8,000원짜리 쿠키 하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보다는 내가 직접 느끼는 '감각'과 '성취'가 더 중요해졌다. 실패를 줄이기 위해 소용량 샘플을 꼼꼼히 따져보고, 비싼 골프장 대신 운동화 끈을 묶고 집 앞 고수부지를 달리는 모습은 궁핍함이 아니라 아주 영리하고 전략적인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의 리테일 시장은 '양가적 소비(Ambivalent)'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는 것 같다. 아낄 때는 처절하게, 쓸 때는 확실하게. 소비의 단위는 작아졌지만 그 안에 담긴 개인의 취향은 그 어느 때보다 밀도가 높다. 대단한 브랜드 로고가 없어도, 작지만 확실한 위로를 줄 수 있는 '한 끗'의 디테일을 가진 브랜드만이 이 쪼개진 소비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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